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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9 일기

3주동안 출장이었다. 4주 계획이었지만 힘들기도 하고 더 있어 봤자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일찍 돌아왔다. 여전히 주말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일요일 밤은 우울하다. 스스로 벌어서 먹고 사는 것은 마음에 들지만 그 고단함은 다른 문제다. 밥벌이란 어찌 이리 지난한가.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았던 흐린 날씨도 이제는 크게 감흥이 없다. 이 쪽으로 이사 온지 2년 정도 되었는데 이제야 익숙해지는가 싶다. 월세 내는 것도 아니고 집이 있어서 그런걸까 싶기도 하다. 

새삼 도시 속에서 은둔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출장가서 예전 동료라던가 친구라던가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집으로 오니 만날 사람도 없고 만나고 싶지도 않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한다. 친구가 없이 지내는 것에 경각심이 드는 걸 보면 나도 그런 것 같은데, 실제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길어진 불안의 여파일까? 희미해진 공포와 옅어진 고통에도 굳어진 습관은 변할 줄 모른다. 유유히 흐르는 시간에 깜짝 놀라곤 한다. 

출장중에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호텔은 아무래도 위 아래 옆 사방에 다른 방들이 있다 보니 소음이 있다. 예전에 아파트 살 적에, 더 이전에는 연립주택 살 적에 옆집 소음에 잠 못 이루던 밤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랄지, 짧다면 짧은 출장이 끝나면 고요한 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 돌아와서 침대에 누우니 익숙한 이불 냄새와 적막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일주일에 3일은 재택근무를 해서 적당히 책상을 놓았는데 의자가 없다. 접이식 의자를 급한대로 쓰고 있는데 아무래도 불편한지라 의자를 샀다. 모든 게 그렇지만, 의자도 비싼 것들은 어찌 이리 비싼지, 엄두가  나질 않았다. 내 기준에서는 꽤 비싼 의자를 그래도 주문했다. 한참 불안감을 견디지 못할 때는 돈이 있어도 쓰지를 못했는데, 지금 스스로의 필요를 납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꽤나 발전했다.

밤은 깊어가는데 잠이 오지 않는 여느 때와 같은 일요일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