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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6 일기

주말만 바라보고 사는데 이틀은 너무 짧다. 이것저것 하기는 하는데 결국 따져보면 특별한 건 없다.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권태와 공허가 나타난다. 살아 있어서 사는 것이지만 먼 앞날을 상상해보면 답답하다. 아주 편안하지도 않고 아주 고통스럽지도 않고, 아주 재미있지도 아주 무료하지도 않다. 평온하지만 피로하다. 활력은 떨어지는데 회복이 되지 않는 기분이다. 커다란 댐에 구멍이 나 있는데, 물이 새는 걸 막으려고 몸을 구겨넣었는데도 역부족인, 그런 느낌. 이제는 살이 잘 빠지지도 않는다. 오래된 식습관은 고치기 힘들다. 육신은 늙어가고 정신은 지쳐가는데 시간은 냉엄할 뿐. 

뭔가 쓰고 싶은데 떠오르지 않는다. 요즘은 이런 일이 잦다. 언어로 머릿속에 떠오르기 전에 스러져 버린다. 찝찝한 마음에 무작정 손가락을 놀려 보는데 어색하다. 가끔 거울을 보면서 내가 누구인가 생각할 때가 있다. 지금 쓰면서도 그 비슷한 기분이 든다. 나는 누구인가?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상념을 흘려보내며 잠들기를 기다리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는 나를 싫어하는구나. 슬쩍 올 것 같던 잠은 달아나고 피로한 몸에 신선한 생각들이 퐁퐁 솟아난다. 과거를 짚어보면 어떤 사건을 떠올리기도 하고 당시의 감정이나 생각을 기억하기도 한다. 여태까지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부정적인 기억이 지배적이다. 괴로움, 짜증, 고통, 슬픔, 우울함, 두려움, 불안, 분노, 죄책감, 질투, 수치. 행복한 시간도 있었을 텐데, 즐거움이 없지는 않았는데, 내가 곱씹는 것은 쓰디쓰고 쓰라린 기억들이다. 여태까지는 그것이 향상심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이상에 나를 맞추지 못해 나를 채찍질하고 스스로 비하하는 것이 일상이다. 과도한 욕심인지도 모른다. 직장도 있고, 어느 정도 인정도 받고 있으며, 집도 차도 있다. 이렇게 쓰자마자 궤멸적인 인간관계, 능력 이상의 일을 떠안고 허둥지둥 하는 불안,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진로 등등 온갖 반론이 자동적으로 솟아오른다.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부분에 집중하게 된다.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너무 치우쳐 있다. 거기다가 부정적인 부분에 집중한다고 해서 그걸 극복해내고 보완해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의욕이 사라지거나 효율이 떨어지기도 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게 뭘까. 스스로에게 만족한다는 이야기인가? 반사적으로 반감이 차오른다. 정신승리가 아닌가? 그런데 정신승리가 나쁜 건 또 뭔가? 그게 행복한 거 아닌가? 결국에 돌고 돌아 원점이다. 과하면 해롭다. 치우치면 어긋난다. 자기애에 빠져 현실을 부정하든 자책하며 자기를 혐오하든 위태롭다. 흔들리고 흔들리며 가능한 중간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나는 치우쳐 있을 것이다. 그래도 본인이 치우쳐 있다는 걸 안다는 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