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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두루뭉실

230108 일기 - 귀가

부모님 댁을 나서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24시간 정도. 버스와 비행기, 택시를 번갈아 탔다. 역병이 창궐한 지 3년만의 방문이었다. 매년 갈 때는 그리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해외여행을 온 듯한 낯설음이 당황스러웠다. 그러잖아도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의 도시들이라 더 그렇게 느껴질지 모른다. 더욱이 이번에는 미루고 미루던 시민권을 따고, 한국 국적은 포기해서 그럴지 모른다. 이제 핸드폰도 못 만들고 은행 계좌도 못 만든다. 새삼 국적상실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여지껏 한 발은 한국에 걸치고 있다는 느낌으로 국적을 유지했었는데 그마저도 사라졌다. 

간만에 만난 친지들과는 할 말이 많았다. 그대로 잘 지내는 사람들도 있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뒤바뀐 상황을 헤쳐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부모님의 은근한 물음이 이제 더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교제하는 상대나 결혼을 궁금해하는 눈치다. 이래저래 복잡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탔다. 아무 계획이 없는 것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공사가 다망하여 나름의 청사진을 그리는 친구들을 보면 내가 너무 느긋하게 살고 있나 싶기도 하다. 나이는 먹어 가고 육체는 쇠하건만 아직도 정신은 미성숙한 것은 나의 착각인가. 

집에 도착해서 한 숨 돌리고 나니 내일의 밥벌이가 또 나를 짖누른다. 3주간의 꿀같은 휴식 뒤의 출근이다. 일요일 저녁의 아쉬움과 우울 또한 배가된다. 

내 마음인데도 들여다 보고 싶다고 한들 명료하게 보이지 않는다. 다른 모든 것과 같이, 마음 또한 닫힌 시계처럼 흔들어 보고 두드려 보고 귀기울여서 흐릿하게 파악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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