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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두루뭉실

211010 일기

지금 하는 일이 즐겁지는 않다. 못 견디게 끔찍한 것도 아니다. 잘 할 수 있는 자신이 있지도 않으나, 마냥 못할 것 같지는 않다. 일을 잘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일이 많아지면 금방 지친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확신은 없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없다. 진로나 앞날을 생각할 때면 평균대 위를 걸어가는 듯한 불안정함을 느낀다. 그런 연유로 집을 사고 싶지만 망설이게 된다. 돈이 충분치 않으니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막연하게 느껴지는 이 불안정함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집 가격이 계속 올라서 또 집 사기를 포기했던 기억 때문에 망설이면서도 진행하고 있다. 흐려지는 날씨 때문인지, 약을 잘 챙겨 먹어도 간혹 예전처럼 불안감이 든다. 뒤돌아 보면 나도 6년 넘게 일하고 있다. 앞날은 모르는 거지만, 이렇게 버텨왔으니 앞으로도 버틸 거라고 믿을 뿐이다.

혼자 사는 데 크게 불편한 점은 없지만 확실히 의지할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 같기는 하다. 인생은 혼자 살 수가 없으나 여전히 깊은 인간관계를 맺지는 못하고 있다. 나이가 좀 더 들면 더 능숙해질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성숙하는 것은 아니구나 깨닫고 있다. 피와 땀이 없이는 배움도 없다. 

다육식물을 샀다. 뭔가 식물을 키워보고 싶은데 처음부터 말려 죽이고 싶지는 않아서 최대한 쉬운 것으로 골랐다. 그러고 보면 뭔가 키우는 건 처음인데, 이유없이 기분이 좋고 설렌다. 간만에 새롭게 시작하는 취미라서 그럴까 싶다.

일요일 저녁은 우울하지만 요즘은 좀 뻔뻔해지기로 했다. 가슴이 두근두근하지만 스스로 채찍질하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좀 놓고 살아보려고 한다. 잘 되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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