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18 일기 - 금생수

Inframince 2022. 11. 19. 16:52

 

금요일은 술 마시는 날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이 흐릿한데 10년 정도인 듯 싶다. 애초에 마시는 날을 정해놓은 건 아닌데, 좀 자주 마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일주일에 하루로 정했다. 금요일은 술 마시기 좋은 날이다. 일주일을 버텨내는 조그만 희망 같은 거랄까......더군다나 조금 과음한다고 하더라도 이틀은 쉴 수 있다. 금생수라더니, 딱 적당한 날이다. 일주일에 하루만 마신다고 정해 놓고 보니 아쉬운 마음에 더 마시게 되기는 한다. 조금씩 매일 마시는 게 나은지 일주일에 하루 몰아서 마시는 게 나은지는 딱히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일주일에 한번으로 제한하는 것이 자기를 통제하기 쉽다. 

그러다 보니 금요일에 무슨 일이 있어도 술을 마셨다. 내 기억으로는 연말에 본가에 갔을 때 이외에는 어김없이 마셔왔다. 본가에서는 마시고 싶은 때 마신다. 혼자 마시지 않으면 그렇게 술 조절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기본적으로 금요일의 음주는 홀로 마시는 시간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목욕재계 후의 상쾌한 기분이 중요하다.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일주, 한달, 일년 지나다 보니 스무 살 갓 성인이 되어 두근거리며 마시던 술이 골동품처럼 친숙하다. 가끔씩은 과음해서 다음 날 꽤 숙취에 시달리는데, 그럴 때면 술을 끊어야 할까 생각이 든다. 월요일이 오고 하루만 일하고 나면 달라지지만, 어떤 기호품이든 통제할 수 없다면 경각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오늘은 간만에 술이 없는 금요일이다. 다른 건 아니고 내일 아침에 치과 예약이 있다. 마시고 어떻게든 일어나서 갈 수도 있지만 문득 이번엔 하루 미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은 마시기 좋은 날이고 마시고 싶다. 꼭 마셔야 하는 날은 아니다. 습관이라는 이름으로 생활이 굳어졌나 싶어서 조금 변화를 줘 보려고 한다. 별 것도 아닌 일이지만 몇년간 해오던 일과가 바뀌니 크게 느껴진다. 익숙해진다는 게 무서운 일이다. 

그렇다고 술을 끊은 것도 아니고, 이번 주에 마시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번 주는 토요일일 뿐. 토극수라, 흙이 물을 제압하듯이 술 마시는 사람은 술을 제압해야 한다. 오행 따위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쩌다 보니 떠올라서 엮어 본다. 엉성하게나마 끼워 맞춰 보는게다.